한국어 선생님이 본 BTS의 메시지: 나를 노래하다 (Korean ver.)


*English version: The Message of BTS from the Viewpoint of a Korean Teacher: I Sing about Myself

 

예로부터 노래는 사랑 타령이었다. 1920년대부터 2016년까지 나온 한국 노래 가사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한 한성우 교수의 연구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한국 노래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나’, ‘너’ 그리고 ‘사랑’이다. 인칭 대명사인 ‘나’와 ‘너’는 각각 22만 9,000여 회, 12만 8,000여 회 등장했다. 그다음으로 ‘사랑’은 명사 중 단연 압도적인 횟수 (8만 2,000여 회)를 자랑하는데, ‘사랑’이 가사에 포함된 노래는 전체 곡 중 65.22%에 달한다. 여기서 우리는 대부분의 한국 노래는 결국 ‘너와 나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멜로디는 다르되 메시지는 동일하다.

1. 방탄소년단은 무엇을 노래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방탄소년단 (이하 BTS)과 빅뱅 그리고 트와이스의 노래 가사를 분석한 결과는 꽤나 흥미롭다.

K-pop 그룹사용 단어반복 횟수
방탄소년단 (BTS)1,000
no, wrong (부정어)166
노력38
인생17
빅뱅 (Big Bang)baby450
사랑235
재미35
행복29
트와이스 (Twice)baby144
sweet12
cheer 12

ⓒ 이지영

빅뱅과 트와이스의 가사에는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너’로 대변될 수 있는 ‘baby’의 등장이 빈번하다. 하지만 BTS는 ‘나’와 ‘우리’ 그리고 ‘사회’를 노래하고 있다.

2. BTS의 진정성

수많은 언론이 새로운 길을 개척한 BTS의 성공 요인으로 진정성을 꼽는다.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에 따르면 미국에서 K-pop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음악’이었다. 하지만 BTS는 여타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데뷔 당시부터 전 멤버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했고, 그런 탓인지 그들은 처음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내밀한 일기와 같은 그들의 성장 스토리는 데뷔 앨범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의 초반 앨범은 ‘학교 3부작’이었다. 그 때 당시 멤버 대부분이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BTS가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때는 ‘이제 와서 무슨 학생들의 반항 콘셉트를 들고 나오느냐, 철 지난 콘셉트다’라는 비판을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진정성을 향한 그들의 고집이 결국 팬들에게 통한 것이다.

BTS (Bangtan Boys (방탄소년단) – No More Dream (Color Coded Han|Rom|Eng Lyrics)

yankat

3. “행복해야

며칠 전, BTS 다큐멘터리 영화 ‘Burn the Stage: The Movie’를 관람했다. BTS의 메시지를 분석하려고 본 영화인데 나는 도리어 1분 남짓 등장한 방시혁의 태도에 가장 감명받았다. 2017년 월드투어 도중 한 호텔 방에서 BTS와 방시혁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 방시혁은 멤버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한다. AMA (American Music Awards) 무대에 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거다. 하지만 축하하는 것도 잠시, 그는 별안간행복을 이야기한다. 멤버 개개인이 행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BTS가 행복하지 않다면 BTS가 전하는 메시지 또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거다. 방시혁의 행복 이야기에 멤버들의 얼굴은 이내 진지해진다.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은 짧은 클립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평상시에진정성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 삶이 가사가 되다

BTS는 전곡의 90% 이상을 멤버들이 작사한다.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 곧 가사가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팬클럽 ARMY를 비롯한 팬들에게 BTS의 가사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신곡이 나왔을 때 팬들은 번역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가사를 하나하나 분석하기에 이른다. BTS가 직접 작사를 하다 보니 가사 곳곳에 멤버들의 화법이나 성격이 드러난다. 팬들이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한 예로 BTS 멤버 슈가 (Suga)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반면 리더인 RM은 메타포를 즐겨 사용한다. 가수가 되기 전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RM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혹은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가사를 따오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은 BTS 콘텐츠를 소비할 때 팬들이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멤버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의 힘이기도 하다.

5. 나를 넘어 우리를 노래하다

팬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유독 BTS 노래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는 말이 많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당수 언론은 BTS의 음악 가사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가 팬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빌보드닷컴은 “대부분의 K-pop 그룹은 그들의 음악이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 주저하지만 BTS는 여러 차례 정신 건강, 왕따, 자살과 같은 굵직한 문제를 다뤘다. 이런 비전형적인 접근 방식이 미국에서 BTS의 인기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제작자인 방시혁 대표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BTS는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통해 동세대와 교감하고 성장해 왔으며 보편타당한 메시지라면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폐쇄성을 넘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점점 심화되는 경쟁과 정의롭지 못한 분배 등으로 인한 삶의 불안과 우울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신자유주의적 경쟁 체제가 전 지구적인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 청년의 메시지가 모든 청년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BTS가 증명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다. 이것이 한국의 한 그룹이 모든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이유다.

 

Featured video:

bulletproof vibes

Reference:

  1. Bulletproof Vibes. “BTS Spring Day MV EXPLAINED | Sewol Ferry, Snowpiercer & Survivors”. Youtube,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Tye1ONFeKis. Accessed 29 Oct 2018.
  2. 최원형. “국어학자가 방탄소년단에게 상을 주고 싶은 이유는?”. Hani.Co.Kr, 2018,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36347.html. Accessed 29 Oct 2018.
  3. 한성우. 노래의 언어. 어크로스, 2018.
  4. yankat. “BTS (Bangtan Boys (방탄소년단) – No More Dream (Color Coded Han|Rom|Eng Lyrics)”. Youtube, 2018, https://www.youtube.com/watch?v=IgzmRvGUAmE. Accessed 1 Dec 2018.
  5. 이지영.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파레시아. 2018.
  6. 김영은. “‘빌보드 차트 1위’ 방탄소년단의 성공 법칙”. Magazine.Hankyung.Com, 2018,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3&nkey=2018061101176000121&mode=sub_view. Accessed 29 Oct 2018.
  7. 박준수. “Burn The Stage: The Movie”. 2018.
  8. 박수진.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Hani.Co.Kr, 2018,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47125.html. Accessed 29 Oct 2018.
  9. Herman, Tamar. “7 Factors That Helped Propel BTS To No. 1 On The Billboard 200”. Forbes, 2018, https://www.forbes.com/sites/tamarherman/2018/05/31/7-factors-that-helped-propel-bts-to-no-1-on-the-billboard-200/#1f7a47ce12a4. Accessed 29 Oct 2018.
  10. 민경원. “프로듀서 방시혁이 말하는 프로듀서로서 방탄소년단”. 중앙일보, 2017, https://news.joins.com/article/22191679. Accessed 29 Oct 2018.